“Sewol science” and international maritime safety
마린의 끈질긴 ‘세월호 과학’, 국제 여객선 안전기준 바꾼다
By Chihyung Jeon
글: 전치형
글: 전치형
A Dutch Research Institute assessment on the lessons of the Sewol ferry disaster
마린의 끈질긴 ‘세월호 과학’, 국제 여객선 안전기준 바꾼다
마린의 끈질긴 ‘세월호 과학’, 국제 여객선 안전기준 바꾼다
Above: MV Sewol heeling to the port side on Apr. 16, 2014. (Provided by Special Investigation Commission on 4.16 Sewol Ferry Disaster).
Bottom: MARIN’s Model 9929 of MV Sewol (length: 573 cm, width: 87 cm). (Provided by MARIN)
Above: MV Sewol heeling to the port side on Apr. 16, 2014. (Provided by Special Investigation Commission on 4.16 Sewol Ferry Disaster).
Bottom: MARIN’s Model 9929 of MV Sewol (length: 573 cm, width: 87 cm). (Provided by MARIN)
사진 위쪽은 세월호가 기울어진 모습, 아래는 마린이 제작한
9929번 세월호 모형으로길이 573㎝, 너비 87㎝. 세월호 특조위, 마린 제공
사진 위쪽은 세월호가 기울어진 모습, 아래는 마린이 제작한 9929번 세월호 모형으로 길이 573㎝, 너비 87㎝. 세월호 특조위, 마린 제공
In early March, researchers at MARIN, a maritime research institute located in Wageningen, the Netherlands, boarded an airplane bound for Athens, Greece. The COVID-19 epidemic was starting to spread in European countries, but the national borders were not closed yet. The MARIN researchers had been monitoring the situation with an option to cancel the trip, but finally decided to go as planned. On Mar. 4, they were supposed to attend an international conference on passenger ship safety held at the Greece Yacht Club, which was organized by the Royal Institution of Naval Architects (RINA), an international professional and academic society based in London. MARIN submitted two papers to this conference: “Heel Angles in Turn and Passenger Safety” and “Sewol Ferry Capsizing and Flooding.”
지난 3월 초 네덜란드 바헤닝언시에 있는 해양연구소 마린(MARIN)의 연구진이 그리스 아테네행 비행기에 올랐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럽 각국에도 퍼지기 시작했지만 아직 국가 간 이동을 막진 않을 때였다. 이들은 그리스 출장 취소 여부를 두고 며칠 상황을 지켜보다가 계획대로 움직이기로 결정했다. 3월4일 아테네 근처의 ‘그리스 요트 클럽’에서 영국 왕립조선학회가 주최하는 여객선 안전 분야 국제학회가 열릴 예정이었다. 마린은 이 학회에 두 편의 논문을 제출했다. 각각 ‘선회 중 횡경사 각도와 승객 안전’, ‘세월호의 전복과 침수’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제출 논문, 학회 현장 발표 자료와 녹음파일, 이메일 인터뷰 등을 통해 마린의 연구활동을 복기해보았다.

마린과 세월호

3월4일 학회 오전 세션에서 ‘선회 중 횡경사 각도와 승객 안전’이라는 논문을 발표한 사람은 마린에서 여객선 조종 연구와 모형시험을 맡고 있는 선임 프로젝트 매니저 빅토르 페라리였다. 그는 2014년 4월16일 세월호가 옆으로 기운 사진을 보여주는 것으로 발표를 시작했다. 횡경사, 즉 선박이 왼쪽 또는 오른쪽 측면으로 기우는 것이 배에 탄 승객의 안전에 미치는 영향을 이보다 더 잘 보여주는 이미지는 없을 것이다. 사진은 이 추상적인 제목의 과학 연구가 다름 아닌 세월호의 침몰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었다.

페라리의 다음 슬라이드는 실제 세월호가 아니라 마린이 제작한 노란색 세월호 모형이 대형 수조 안에서 좌현(배 뒤쪽에서 뱃머리를 향해 섰을 때 왼쪽 뱃전)으로 기울어진 사진을 담고 있었다. 페라리는 사진 옆에 모형시험 조건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붙였다. “바람 없음. 파도 없음. 조류 없음. (선체) 손상 없음. 선회만 있음.” 즉 세월호 모형시험 결과에서 마린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잔잔한 바다에서 항해하던 배가 외부 충격이 없는 상태에서 선회하다가 크게 기울었고 결국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는 사실이었다. 학회가 끝나고 한 이메일 인터뷰에서 페라리는 “세월호 사고는 선회 중 횡경사가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우리는 그런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고 느꼈다.” 페라리와 마린은 왜 세월호를 국제 여객선 안전 연구의 출발점으로 삼게 되었을까.
마린과 세월호의 인연은 2018년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마린은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선조위)의 주요 용역 기관으로서 2018년 상반기에 세월호의 전복, 침몰 과정을 밝히기 위한 모형시험과 시뮬레이션을 실시했다. 당시 선조위 위원장, 소위원장, 위원 및 조사관 여러 명이 마린을 방문해서 모형시험을 진행하거나 참관했다. 세월호 가족 대표들도 시험 과정에 함께했다. 여러 신문사와 방송사에서 취재진을 파견해서 마린의 모형시험 장면을 찍고 인터뷰를 내보냈다. 그만큼 기대가 컸던 모형시험이었다. 마린은 2018년 4월과 7월에 수백쪽짜리 보고서 여러 권을 선조위에 제출했다.
당시 마린이 실시한 세월호 모형시험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세월호가 빠르게 선회하면서 45도까지 기운 과정에 대한 분석이고, 다른 하나는 기울어진 세월호에 물이 들어가서 100분 만에 침몰하는 과정에 대한 분석이다. 마린은 선회 및 횡경사 분석과 침수 및 침몰 분석을 위해 세월호를 각각 25분의 1과 30분의 1로 축소한 9929번 모형과 9930번 모형을 제작했다(마린은 모형 제작 순서대로 일련번호를 붙인다). 9929번 모형에는 배의 전체적인 움직임을 측정하고 화물 이동을 구현할 수 있는 장치를 달았고, 9930번 모형은 침수 경로 분석을 위해 객실과 화물칸 등 세월호 내부 구조를 정확하게 재현했다.
지난 3월 초 네덜란드 바헤닝언시에 있는 해양연구소 마린(MARIN)의 연구진이 그리스 아테네행 비행기에 올랐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럽 각국에도 퍼지기 시작했지만 아직 국가 간 이동을 막진 않을 때였다. 이들은 그리스 출장 취소 여부를 두고 며칠 상황을 지켜보다가 계획대로 움직이기로 결정했다. 3월4일 아테네 근처의 ‘그리스 요트 클럽’에서 영국 왕립조선학회가 주최하는 여객선 안전 분야 국제학회가 열릴 예정이었다. 마린은 이 학회에 두 편의 논문을 제출했다. 각각 ‘선회 중 횡경사 각도와 승객 안전’, ‘세월호의 전복과 침수’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제출 논문, 학회 현장 발표 자료와 녹음파일, 이메일 인터뷰 등을 통해 마린의 연구활동을 복기해보았다.

마린과 세월호

3월4일 학회 오전 세션에서 ‘선회 중 횡경사 각도와 승객 안전’이라는 논문을 발표한 사람은 마린에서 여객선 조종 연구와 모형시험을 맡고 있는 선임 프로젝트 매니저 빅토르 페라리였다. 그는 2014년 4월16일 세월호가 옆으로 기운 사진을 보여주는 것으로 발표를 시작했다. 횡경사, 즉 선박이 왼쪽 또는 오른쪽 측면으로 기우는 것이 배에 탄 승객의 안전에 미치는 영향을 이보다 더 잘 보여주는 이미지는 없을 것이다. 사진은 이 추상적인 제목의 과학 연구가 다름 아닌 세월호의 침몰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었다.

페라리의 다음 슬라이드는 실제 세월호가 아니라 마린이 제작한 노란색 세월호 모형이 대형 수조 안에서 좌현(배 뒤쪽에서 뱃머리를 향해 섰을 때 왼쪽 뱃전)으로 기울어진 사진을 담고 있었다. 페라리는 사진 옆에 모형시험 조건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붙였다. “바람 없음. 파도 없음. 조류 없음. (선체) 손상 없음. 선회만 있음.” 즉 세월호 모형시험 결과에서 마린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잔잔한 바다에서 항해하던 배가 외부 충격이 없는 상태에서 선회하다가 크게 기울었고 결국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는 사실이었다. 학회가 끝나고 한 이메일 인터뷰에서 페라리는 “세월호 사고는 선회 중 횡경사가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우리는 그런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고 느꼈다.” 페라리와 마린은 왜 세월호를 국제 여객선 안전 연구의 출발점으로 삼게 되었을까.
마린과 세월호의 인연은 2018년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마린은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선조위)의 주요 용역 기관으로서 2018년 상반기에 세월호의 전복, 침몰 과정을 밝히기 위한 모형시험과 시뮬레이션을 실시했다. 당시 선조위 위원장, 소위원장, 위원 및 조사관 여러 명이 마린을 방문해서 모형시험을 진행하거나 참관했다. 세월호 가족 대표들도 시험 과정에 함께했다. 여러 신문사와 방송사에서 취재진을 파견해서 마린의 모형시험 장면을 찍고 인터뷰를 내보냈다. 그만큼 기대가 컸던 모형시험이었다. 마린은 2018년 4월과 7월에 수백쪽짜리 보고서 여러 권을 선조위에 제출했다.
당시 마린이 실시한 세월호 모형시험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세월호가 빠르게 선회하면서 45도까지 기운 과정에 대한 분석이고, 다른 하나는 기울어진 세월호에 물이 들어가서 100분 만에 침몰하는 과정에 대한 분석이다. 마린은 선회 및 횡경사 분석과 침수 및 침몰 분석을 위해 세월호를 각각 25분의 1과 30분의 1로 축소한 9929번 모형과 9930번 모형을 제작했다(마린은 모형 제작 순서대로 일련번호를 붙인다). 9929번 모형에는 배의 전체적인 움직임을 측정하고 화물 이동을 구현할 수 있는 장치를 달았고, 9930번 모형은 침수 경로 분석을 위해 객실과 화물칸 등 세월호 내부 구조를 정확하게 재현했다.
Victor Ferrari, a senior project manager at MARIN, conducts tests with Model 9929 on Mar. 1, 2018. (Provided by MARIN)
Victor Ferrari, a senior project manager at MARIN, conducts tests with Model 9929 on Mar. 1, 2018. (Provided by MARIN)
2018년 3월1일 9929번 세월호 모형으로 시험을 진행하고 있는 마린 해양연구소의 빅토르 페라리 연구원.
2018년 3월1일 9929번 세월호 모형으로 시험을 진행하고 있는 마린 해양연구소의 빅토르 페라리 연구원.
MARIN’s connection with the Sewol

In the morning session on Mar. 4, Victor Ferrari, a senior project manager at MARIN in charge of maneuvering studies and model tests, presented the paper “Heel Angles in Turn and Passenger Safety.” He began the presentation with a photograph of MV Sewol (simply “the Sewol” henceforth) capsizing to the port side (the left side of the ship as you stand on the ship facing forward) on Apr. 16, 2014. Perhaps nothing can show the impact of heel angles (due to tilting of a ship to one side) on passenger safety better than this photograph of the Sewol. The photograph indicated that this scientific research paper with a rather abstract title focused on the sinking of the Sewol.

Ferrari’s next slide showed photographs not of the Sewol itself, but of the Sewol model ship made by MARIN heeling to the port side in the huge basin. Ferrari added some simple words next to the photos in reference to the test conditions: “No Wind. No Waves. No Currents. No Damage. Only Turning.” What attracted MARIN researchers’ attention was the fact that, as observed in the model tests, a ship was cruising on a calm sea without an external shock but still heeled a lot during a turn, leading to a big catastrophe. In an email interview after the conference, Ferrari said, “the Sewol accident truly showed how terrible the consequences of heeling in turn could be.” He then added, “We felt that such a tragedy should never happen again.” Why did Ferrari and MARIN come to take the Sewol as a starting point for a study on international passenger ship safety?

MARIN’s engagement with the Sewol goes back to early 2018. MARIN was one of the major contractors of the Sewol Investigation Commission (SIC) and throughout the first half of 2018 conducted model tests and simulations to find the cause of the Sewol’s capsizing and sinking. At the time, the SIC chairman, commissioners, a sub-committee chair, and investigators visited MARIN to observe and participate in the tests. Some Sewol victims’ family members joined the group as well to monitor the investigative process. Several media organizations sent reporters to cover the model tests and conduct interviews, indicating the public’s high interest in the tests. In April and July 2018, MARIN submitted several reports to the SIC that were several hundred pages each.

2 kinds of model tests for analysis: fast turning and heeling , flooding and sinking

There were two kinds of model tests conducted by MARIN. The first is for the analysis of the fast turning and heeling and the second is for the analysis of its flooding and sinking within 100 minutes. For these tasks, MARIN constructed two model ships with the ratio of 1:25 and 1:30, respectively. These are called Model 9929 and Model 9930. (MARIN labels their model ships according to order of construction.) Model 9929 was equipped with devices to measure the overall behavior of the ship and to reenact the movement of cargo. For Model 9930, the ship’s internal structure was precisely recreated for flooding sequence analysis.

The SIC accepted the results of model tests with Model 9930 without any disagreement. MARIN found out where the initial water intake occurred and how the flooding progressed. In particular, MARIN’s simulation showed that, if its watertight doors and manholes had been closed properly, the Sewol would not have sunken as quickly as it did. This result was cited almost identically in both the SIC’s reports “Internal Cause Theory” and “Open-Ended Proposal.” Both reports state that “the Sewol was ‘widely open’ and vulnerable to flooding” and that the failure to maintain the watertight compartments caused the vessel to sink more quickly than could be usually expected.
In the tests with Model 9929 on turning and heeling, MARIN tested more than 340 scenarios that combined different conditions of speed, stability, cargo movement, rudder movements, and fin stabilizers. MARIN also conducted tests on the potential impact of “external force” on the ship’s turning and heeling. According to MARIN’s analysis, the combination of low stability and rudder movement caused the ship to heel at least 18 degrees to the port while turning to the starboard, at which point the cargo started to shift. When the ship heeled 33 degrees after the initial cargo movement, the second cargo shift occurred and the Sewol ended up heeling more than 45 degrees and did not recover its position. MARIN’s conclusion was that we could explain the turning and heeling behavior of Sewol without introducing a hypothesis that there had been unknown ‘external force’ applied to the Sewol.

이 중 9930번 모형배를 사용한 마린의 침수·침몰 시험 결과는 선조위가 이견 없이 거의 그대로 받아들였다. 해수가 처음 유입된 지점과 침수 경로를 밝혀냈고, 무엇보다 수밀문과 맨홀 등이 제대로 닫혀 있었다면 세월호가 그렇게 빨리 가라앉지 않았을 것이라는 시뮬레이션 결과도 내놓았다. 이런 내용은 선조위의 ‘내인설’ 보고서와 ‘열린안’ 보고서 제3장에 거의 동일하게 실렸다. 두 보고서는 모두 “세월호는 침수에 매우 취약한 ‘열려 있는’ 배”였으며 세월호의 “수밀 구획이 유지되지 못했기 때문”에 일반적인 예상보다 빠르게 침몰했다고 판단했다.
마린은 9929번 모형배를 사용한 선회와 횡경사 시험에서는 세월호의 속력, 복원성, 화물 이동, 방향타의 각도 변화, 핀 안정기 등의 조건을 조합한 340개 이상의 시나리오를 테스트했다. 또 외력이 작용했다면 배의 선회와 경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에 대한 시험도 실시했다. 마린은 세월호의 낮은 복원성 조건과 방향타의 움직임이 결합했을 때 배가 우현으로 선회하면서 좌현으로 최소 18도 이상 기울었고, 이때 화물이 처음 이동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최초 화물 이동과 함께 배가 점점 더 기울어 33도에 이르자 2차 화물 이동이 진행되었고, 이후 세월호는 45도 이상 기울어진 다음 다시 일어서지 못했다. 마린의 결론은 세월호에 외력이 작용했다는 가설을 도입하지 않고도 세월호의 선회와 횡경사를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전적으로 확신한다”

이러한 마린의 분석을 두고서는 선조위 내부 견해가 크게 엇갈렸다. 선조위의 ‘내인설’ 보고서는 마린의 시험 결과와 해석을 받아들이는 입장이었고, 외력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열린안’ 보고서는 마린의 결론을 수용하지 않았다. 특히 외력의 존재 가능성에 대한 마린의 시험 결과 해석을 두고 ‘열린안’ 보고서는 “마린과 선조위 외력 검증 티에프(TF) 사이에 상이한 지점이 다수 존재”한다고 서술했다. 결국 세월호의 선회와 횡경사를 다루는 제2장에서 두 보고서의 견해차가 가장 두드러졌고, 이는 상당 부분 마린의 모형시험 결과를 서로 다르게 해석한 데서 비롯했다.

2018년 8월 초 선조위가 내부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내인설’과 ‘열린안’으로 나뉜 침몰 원인 종합보고서를 내고 종료했다는 소식이 마린에도 전해졌다. 마린 연구진은 선조위 종합보고서에 대한 한국 내 반응과 추가 논의를 궁금해했다. 자신들이 한 모형시험의 결과가 세월호 침몰 원인을 규명하는 데 기여했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주변의 한국인들을 통해 세월호에 대한 한국 언론 기사를 접하기도 했다. 그러나 선조위에서는 마린 쪽에 선조위 종합보고서를 보내주지도 못했다. 종합보고서가 최종 편집과 인쇄를 마쳤을 때는 선조위가 이미 해산된 뒤였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에 있던 이들이 직접 읽을 수는 없었겠지만, 마린의 분석과 결론에 대한 선조위 내 상반된 견해는 양쪽 보고서에서 마린을 언급하는 표현에서도 드러났다. ‘내인설’ 보고서는 선조위가 마린을 세월호 조사 파트너로 선정한 것이 “어렵고 복잡한 분석을 할 수 있는 실력과 경험을 높이 샀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반면, ‘열린안’ 보고서는 “마린이 모형시험을 잘 수행하는 업체이고, 선정을 고려한 3개의 업체 중 조사 기한 내 시험 일정이 가능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중 후자는 마린을 고객이 주문한 대로 모형시험을 해주는 업체로 여기고 있다.
이 중 9930번 모형배를 사용한 마린의 침수·침몰 시험 결과는 선조위가 이견 없이 거의 그대로 받아들였다. 해수가 처음 유입된 지점과 침수 경로를 밝혀냈고, 무엇보다 수밀문과 맨홀 등이 제대로 닫혀 있었다면 세월호가 그렇게 빨리 가라앉지 않았을 것이라는 시뮬레이션 결과도 내놓았다. 이런 내용은 선조위의 ‘내인설’ 보고서와 ‘열린안’ 보고서 제3장에 거의 동일하게 실렸다. 두 보고서는 모두 “세월호는 침수에 매우 취약한 ‘열려 있는’ 배”였으며 세월호의 “수밀 구획이 유지되지 못했기 때문”에 일반적인 예상보다 빠르게 침몰했다고 판단했다.
마린은 9929번 모형배를 사용한 선회와 횡경사 시험에서는 세월호의 속력, 복원성, 화물 이동, 방향타의 각도 변화, 핀 안정기 등의 조건을 조합한 340개 이상의 시나리오를 테스트했다. 또 외력이 작용했다면 배의 선회와 경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에 대한 시험도 실시했다. 마린은 세월호의 낮은 복원성 조건과 방향타의 움직임이 결합했을 때 배가 우현으로 선회하면서 좌현으로 최소 18도 이상 기울었고, 이때 화물이 처음 이동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최초 화물 이동과 함께 배가 점점 더 기울어 33도에 이르자 2차 화물 이동이 진행되었고, 이후 세월호는 45도 이상 기울어진 다음 다시 일어서지 못했다. 마린의 결론은 세월호에 외력이 작용했다는 가설을 도입하지 않고도 세월호의 선회와 횡경사를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전적으로 확신한다”

이러한 마린의 분석을 두고서는 선조위 내부 견해가 크게 엇갈렸다. 선조위의 ‘내인설’ 보고서는 마린의 시험 결과와 해석을 받아들이는 입장이었고, 외력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열린안’ 보고서는 마린의 결론을 수용하지 않았다. 특히 외력의 존재 가능성에 대한 마린의 시험 결과 해석을 두고 ‘열린안’ 보고서는 “마린과 선조위 외력 검증 티에프(TF) 사이에 상이한 지점이 다수 존재”한다고 서술했다. 결국 세월호의 선회와 횡경사를 다루는 제2장에서 두 보고서의 견해차가 가장 두드러졌고, 이는 상당 부분 마린의 모형시험 결과를 서로 다르게 해석한 데서 비롯했다.

2018년 8월 초 선조위가 내부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내인설’과 ‘열린안’으로 나뉜 침몰 원인 종합보고서를 내고 종료했다는 소식이 마린에도 전해졌다. 마린 연구진은 선조위 종합보고서에 대한 한국 내 반응과 추가 논의를 궁금해했다. 자신들이 한 모형시험의 결과가 세월호 침몰 원인을 규명하는 데 기여했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주변의 한국인들을 통해 세월호에 대한 한국 언론 기사를 접하기도 했다. 그러나 선조위에서는 마린 쪽에 선조위 종합보고서를 보내주지도 못했다. 종합보고서가 최종 편집과 인쇄를 마쳤을 때는 선조위가 이미 해산된 뒤였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에 있던 이들이 직접 읽을 수는 없었겠지만, 마린의 분석과 결론에 대한 선조위 내 상반된 견해는 양쪽 보고서에서 마린을 언급하는 표현에서도 드러났다. ‘내인설’ 보고서는 선조위가 마린을 세월호 조사 파트너로 선정한 것이 “어렵고 복잡한 분석을 할 수 있는 실력과 경험을 높이 샀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반면, ‘열린안’ 보고서는 “마린이 모형시험을 잘 수행하는 업체이고, 선정을 고려한 3개의 업체 중 조사 기한 내 시험 일정이 가능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중 후자는 마린을 고객이 주문한 대로 모형시험을 해주는 업체로 여기고 있다.
MARIN researchers visited the Sewol in Mokpo, South Jeolla Province, with SIC investigators on May 31, 2018. (Provided by Chihyung Jeon)
MARIN researchers visited the Sewol in Mokpo, South Jeolla Province, with SIC investigators on May 31, 2018. (Provided by Chihyung Jeon)
2018년 5월31일 세월호 선조위 조사관들과 함께 전남 목포신항의 세월호 내부를 둘러보는 마린 해양연구소 연구진. 전치형 제공
2018년 5월31일 세월호 선조위 조사관들과 함께 전남 목포신항의 세월호 내부를 둘러보는 마린 해양연구소 연구진. 전치형 제공
Disagreement within SIC on MARIN’s analysis

There was a serious disagreement within the SIC on this analysis by MARIN. The “Internal Cause Theory” report of SIC accepted MARIN’s results and interpretation, whereas the “Open-Ended Proposal” report of SIC did not accept MARIN’s conclusion that Sewol’s turning and heeling could be explained by a combination of stability, rudder angle, speed, etc. In particular, the “Open-Ended Proposal” report states that “there are many differences between MARIN and the SIC External Force TF” on how to interpret MARIN test results about the possibility of external force. Eventually, the biggest difference between the two SIC reports is found in Chapter 2, which deals with Sewol’s turning and heeling, and it can be largely attributed to the different interpretations of MARIN test results.

MARIN heard the news that the SIC failed to reach an agreement internally and that SIC produced two versions of its final report at the time of the commission’s closure in early August, 2018. The researchers were curious about public responses in Korea to the final SIC reports and subsequent discussions, as they hoped that their model tests contributed to the investigation of Sewol sinking. They could get some updates from the Korean media with the help of local contacts. The SIC, however, could not even send the final reports to MARIN, as the commission no longer existed by the time the final reports were published after the editing and design process.

The researchers in the Netherlands would not have been able to read it, but the different positions within SIC on MARIN’s analysis and conclusion are visible in the ways in which the two reports refer to the Dutch institute. The “Internal Cause Theory” report states that the SIC selected MARIN as a partner in the Sewol investigation because it “highly appreciated MARIN’s capability and experience in difficult and complex analysis,” whereas the “Open-Ended Proposal” report states that it was because “MARIN had a good capability in model tests and was available, among the three organizations considered, for finishing the tests within the official investigation period.” According to the former, MARIN has its own capacity for data analysis and making a conclusion. In the latter, MARIN is considered a contractor that conducts model tests as requested by its client.

This difference of opinions within SIC about MARIN’s status, however, did not really matter to MARIN. Although the SIC, which had first commissioned the Dutch institute for model tests, ceased its work in August 2018, MARIN did not let go of Sewol. Instead, MARIN started to prepare a scientific publication based on its Sewol model tests since last summer. The product of this work is the other paper that the researchers presented at the RINA conference in March: “Sewol Ferry Capsizing and Flooding.” Henk van den Boom, who had been in charge of the Sewol model test project in 2018, presented the paper himself. The co-authors include Ferrari, who conducted turning and heeling tests, Rinnert van Basten Batenburg, who conducted flooding and sinking tests, and Seo Seung-taek, who participated in the model tests as an investigator at the SIC.

MARIN’s conclusion against external force hypothesis based on model tests

In the paper “Sewol Ferry Capsizing and Sinking,” the MARIN researchers presented their analysis of the external force hypothesis more clearly: “Since no realistic combination of winch force, direction and duration attained the high rate of turn as derived by the External Force Task Force of SIC from the raw AIS heading, the hypothesis of an external force that caused such high values of rate of turn was rejected.” This sentence appears in the conclusion section of the paper. It means that, although they applied forces to the model ship in several different conditions in order to replicate external forces, they could not attain a result in which the ship turned so quickly as to suspect external forces being the culprit behind its capsize. MARIN therefore concluded that it could “reject” the external force hypothesis based on its own analysis of the 2018 model tests.

In fact, a very similar sentence was in the conclusion of the “draft report” that MARIN submitted to the SIC at the end of July 2018, based on the additional model tests requested by the SIC. In the “final report” submitted a week later after receiving some feedback from the SIC, however, the explicit sentence about rejecting the external force hypothesis was not included. Therefore, the SIC’s final report (“Internal Cause Theory”) did not use a clear expression such as “the external force hypothesis was rejected.” This time, the MARIN researchers brought back the sentence from the draft report of 2018 and re-confirmed their interpretation. In the email interview after the RINA conference, the MARIN researchers said that they were “fully confident” about their conclusion of rejecting the hypothesis of external force on Sewol. Their position has not changed from 2018.

MARIN’s explanation of the Sewol sinking related to external force should have been discussed, verified, and concluded within the SIC in the summer of 2018. Without enough time to carefully review all investigation results, however, the SIC found itself in endless debates and was split into two groups supporting “Internal Cause Theory” and “Open-Ended Proposal,” respectively. The SIC’s final report, in its divided form, has not undergone an open process of review and verification by relevant academic societies. The English-language paper that MARIN researchers presented last month opens up a channel through which the international scientific community can have a detailed discussion on the official scientific investigation of the Sewol.
그러나 선조위 내 양쪽이 마린의 지위를 어떻게 보았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애초에 세월호 모형시험을 의뢰했던 선조위는 2018년 8월에 사라졌지만 마린은 세월호를 놓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해 여름 무렵부터 세월호 모형시험 결과를 정리해서 논문으로 발표하기 위해 준비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이번 왕립조선학회 여객선 안전 분과에서 발표한 또 한 편의 논문 ‘세월호의 전복과 침수’다. 마린의 세월호 모형시험 프로젝트 책임자였던 헹크 판덴봄이 직접 논문 발표를 맡았다. 판덴봄 외에도 당시 선회와 횡경사 시험을 담당했던 페라리, 침수와 침몰 시험을 담당했던 리너르트 판바스턴 바텐뷔르흐, 그리고 선조위 조사관으로서 마린의 모형시험을 함께 진행했던 서승택씨가 공저자로 참여했다.

‘세월호의 전복과 침수’ 논문에서 마린은 세월호 외력 가설에 대한 자신들의 분석을 더욱 명확하게 제시했다. “(모형배에 외력을 전달하기 위한 장치인) 윈치에 가해지는 힘의 크기, 방향, 지속시간을 어떻게 조합해도 선체조사위원회의 외력 검증 티에프가 선박 자동식별장치(AIS)의 선수 방위각 원자료에서 도출한 높은 선회율을 얻을 수 없었으므로, 그처럼 높은 선회율을 유발한 외력이 있었다는 가설은 기각되었다.” 마린이 이번 논문의 결론에 쓴 문장이다. 세월호에 외력이 가해지는 상황을 구현하기 위해 모형배에 여러가지 조건으로 힘을 가해 보았지만 선조위 일각에서 외력을 의심했던 만큼 배가 빠르게 선회하는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마린은 2018년 모형시험 결과를 직접 분석하고 해석하여 외력 가설을 ‘기각’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실은 이와 유사한 문장이 2018년 7월 말 마린이 선조위에 제출했던 추가 모형시험 ‘예비보고서’의 결론에 들어 있었다. 그러나 선조위의 검토 의견을 받은 다음 일주일 뒤 마린이 제출한 ‘최종보고서’에는 외력 가설을 기각할 수 있다는 명시적인 문장이 빠졌다. 따라서 마린 보고서를 인용하여 작성한 선조위의 최종보고서(내인설)에도 ‘외력 가설 기각’ 같은 확실한 표현은 사용되지 못했다. 이번 논문에서 마린 연구진은 2년 전 예비보고서에 있던 문장을 다시 불러냄으로써 자신들의 해석을 재확인했다. 학회 발표 직후 이메일 질의에 응답하면서 마린 연구진은 세월호 외력의 존재에 대한 가설을 기각하는 자신들의 결론을 “전적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2년 전과 동일한 입장이다.

세월호의 침몰과 외력의 존재 가능성에 대한 마린의 설명은 사실 2018년 여름 선조위에서 토론하고 검증하고 정리했어야 할 사안이다. 그러나 선조위는 8월 초 활동 종료 직전까지 방대한 조사 내용을 차분하게 검토할 여유가 없는 상태에서 논쟁을 거듭하다가 ‘내인설’과 ‘열린안’을 지지하는 두 그룹으로 나뉘고 말았다. 둘로 갈라져 나온 종합보고서는 관련 학계의 공개적인 검증을 받은 적이 없다. 이번에 마린이 영어로 발표한 논문은 세월호에 대한 과학적 공식 조사 결과를 국제 학계가 본격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주었다는 의미가 있다.

잔잔한 바다, 외부 충격 없이 선체가 18도 이상 기운 것 심각하다 판단 횡경사 각도 제한·측정 새 공식 제안 15도 기준 삼되 실제 배로 측정하자 국제해사기구 제출 개정안 초안 마련 네덜란드 정부 대표단과 협의 진행 국제 안전규정 바꾸는 길고 힘든 일 한국 정부 개정안 지지해주길 희망

9929번, 9930번 그리고 9974번

선조위가 하나의 결론을 내지 못하고 종료했던 2018년 8월, 마린 연구진은 또 하나의 모형시험을 진행하고 있었다. 시험 대상은 마린 9974번 모형배였다. 마린 연구진은 여러 주에 걸쳐 모형을 만들고 계측 장치를 설치한 다음 사흘 동안 모형시험을 실시했다. 이 9974번 모형배로 실시한 시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가 이번에 페라리가 발표한 ‘선회 중 횡경사 각도와 승객 안전’ 논문에 담겼다. 즉 세월호에서 출발해서 여객선 안전 일반으로 나아가는 연결고리가 바로 9974번 모형배다.
그러나 선조위 내 양쪽이 마린의 지위를 어떻게 보았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애초에 세월호 모형시험을 의뢰했던 선조위는 2018년 8월에 사라졌지만 마린은 세월호를 놓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해 여름 무렵부터 세월호 모형시험 결과를 정리해서 논문으로 발표하기 위해 준비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이번 왕립조선학회 여객선 안전 분과에서 발표한 또 한 편의 논문 ‘세월호의 전복과 침수’다. 마린의 세월호 모형시험 프로젝트 책임자였던 헹크 판덴봄이 직접 논문 발표를 맡았다. 판덴봄 외에도 당시 선회와 횡경사 시험을 담당했던 페라리, 침수와 침몰 시험을 담당했던 리너르트 판바스턴 바텐뷔르흐, 그리고 선조위 조사관으로서 마린의 모형시험을 함께 진행했던 서승택씨가 공저자로 참여했다.

‘세월호의 전복과 침수’ 논문에서 마린은 세월호 외력 가설에 대한 자신들의 분석을 더욱 명확하게 제시했다. “(모형배에 외력을 전달하기 위한 장치인) 윈치에 가해지는 힘의 크기, 방향, 지속시간을 어떻게 조합해도 선체조사위원회의 외력 검증 티에프가 선박 자동식별장치(AIS)의 선수 방위각 원자료에서 도출한 높은 선회율을 얻을 수 없었으므로, 그처럼 높은 선회율을 유발한 외력이 있었다는 가설은 기각되었다.” 마린이 이번 논문의 결론에 쓴 문장이다. 세월호에 외력이 가해지는 상황을 구현하기 위해 모형배에 여러가지 조건으로 힘을 가해 보았지만 선조위 일각에서 외력을 의심했던 만큼 배가 빠르게 선회하는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마린은 2018년 모형시험 결과를 직접 분석하고 해석하여 외력 가설을 ‘기각’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실은 이와 유사한 문장이 2018년 7월 말 마린이 선조위에 제출했던 추가 모형시험 ‘예비보고서’의 결론에 들어 있었다. 그러나 선조위의 검토 의견을 받은 다음 일주일 뒤 마린이 제출한 ‘최종보고서’에는 외력 가설을 기각할 수 있다는 명시적인 문장이 빠졌다. 따라서 마린 보고서를 인용하여 작성한 선조위의 최종보고서(내인설)에도 ‘외력 가설 기각’ 같은 확실한 표현은 사용되지 못했다. 이번 논문에서 마린 연구진은 2년 전 예비보고서에 있던 문장을 다시 불러냄으로써 자신들의 해석을 재확인했다. 학회 발표 직후 이메일 질의에 응답하면서 마린 연구진은 세월호 외력의 존재에 대한 가설을 기각하는 자신들의 결론을 “전적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2년 전과 동일한 입장이다.

세월호의 침몰과 외력의 존재 가능성에 대한 마린의 설명은 사실 2018년 여름 선조위에서 토론하고 검증하고 정리했어야 할 사안이다. 그러나 선조위는 8월 초 활동 종료 직전까지 방대한 조사 내용을 차분하게 검토할 여유가 없는 상태에서 논쟁을 거듭하다가 ‘내인설’과 ‘열린안’을 지지하는 두 그룹으로 나뉘고 말았다. 둘로 갈라져 나온 종합보고서는 관련 학계의 공개적인 검증을 받은 적이 없다. 이번에 마린이 영어로 발표한 논문은 세월호에 대한 과학적 공식 조사 결과를 국제 학계가 본격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주었다는 의미가 있다.

잔잔한 바다, 외부 충격 없이 선체가 18도 이상 기운 것 심각하다 판단 횡경사 각도 제한·측정 새 공식 제안 15도 기준 삼되 실제 배로 측정하자 국제해사기구 제출 개정안 초안 마련 네덜란드 정부 대표단과 협의 진행 국제 안전규정 바꾸는 길고 힘든 일 한국 정부 개정안 지지해주길 희망

9929번, 9930번 그리고 9974번

선조위가 하나의 결론을 내지 못하고 종료했던 2018년 8월, 마린 연구진은 또 하나의 모형시험을 진행하고 있었다. 시험 대상은 마린 9974번 모형배였다. 마린 연구진은 여러 주에 걸쳐 모형을 만들고 계측 장치를 설치한 다음 사흘 동안 모형시험을 실시했다. 이 9974번 모형배로 실시한 시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가 이번에 페라리가 발표한 ‘선회 중 횡경사 각도와 승객 안전’ 논문에 담겼다. 즉 세월호에서 출발해서 여객선 안전 일반으로 나아가는 연결고리가 바로 9974번 모형배다.
MARIN researcher Rinnert van Basten Batenburg talks about Model 9930 of MV Sewol to the visitors at the open house event held at the MARIN headquarters in Wageningen, the Netherlands, on Nov. 10, 2018. (Provided by MARIN)
MARIN researcher Rinnert van Basten Batenburg talks about Model 9930 of MV Sewol to the visitors at the open house event held at the MARIN headquarters in Wageningen, the Netherlands, on Nov. 10, 2018. (Provided by MARIN)
2018년 11월10일 네덜란드 바헤닝언에서 열린 마린 연구소 개방 행사에서 리너르트 판바스턴 바텐뷔르흐 연구원이 9930번 세월호 모형을 전시해놓고 방문객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마린 제공
2018년 11월10일 네덜란드 바헤닝언에서 열린 마린 연구소 개방 행사에서 리너르트 판바스턴 바텐뷔르흐 연구원이 9930번 세월호 모형을 전시해놓고 방문객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마린 제공
MARIN researchers continued studies even after disbandment of SIC

In August 2018, when the SIC was disbanding itself without producing a unanimous conclusion, MARIN researchers were conducting another model test program -- with a model numbered 9974. The MARIN staff had worked on the model ship for several weeks, finished instrumentation on it, and then conducted model tests for three days. The outcome of this test with Model 9974 is the paper “Heel Angles in Turn and Passenger Safety” presented in Greece last month. This Model 9974 serves as a link between the Sewol accident and the general passenger ship safety.

Unlike Model 9929 and 9930 commissioned by the SIC, Model 9974 was built with MARIN’s own research budget. It usually costs between 20,000 and 40,000 euros to build a model. Ferrari says that the institute uses some of its annual budget to conduct research for improving ship safety and efficiency. It reveals that MARIN made it a serious agenda to extend the case of Sewol to the problem of passenger ship safety regulation. What did MARIN want to find out with the new model ship?

The 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 (IMO) Intact Stability regulations for passenger ships adopted in 2008 provide a formula with which to calculate the heel angle from several characteristics of the ship. According to the rule, the heel angle in a turn calculated with this formula cannot exceed 10 degrees. In the stability range provided by the SIC and tested by MARIN, the Sewol did not meet that IMO formula, so it is not surprising that the Sewol heeled more than 10 degrees during the accident. Still, MARIN researchers took it seriously that, as observed in the model test, the ship heeled more than 18 degrees, enough to cause cargo movement, while cruising on a calm sea without any external force applied. Without a clear restriction on the maximum heel angle, it was shown once again, heeling during a turn could lead to fatal consequences. If we consider that many countries allow less strict lashing policies under good weather conditions, MARIN argues, we need to manage the maximum heel angle in a turn more rigorously to prevent dangerous cargo movement.

Current regulations ineffective at preventing accidents

In the paper presented last month, the MARIN researchers found out that the formula in the current Intact Stability code was not effective in limiting the actual maximum heel angle in a turn on the sea. Because the formula includes a ship’s design parameters and its speed but does not take into account the hydrodynamic forces on a ship in a turn, satisfying the formula could not guarantee that the maximum heel angle would be within the safe range. From its long experience in model tests and trials of actual ships, MARIN knew a lot of cases in which the ships that satisfied the current formula heeled to dangerous angles in reality. MARIN’s database from more than 200 model tests and trials with passenger ships had many cases of heeling more than 10, 15, or 20 degrees in a turn.

This problem has already been known to maritime professionals for a while. The same issue was officially presented and discussed at IMO between 2011 and 2015, but it did not lead to a revision of the code. It was concluded that more research was needed. A stronger set of data and rationale should be produced in order to persuade the IMO about the need for changing the regulation. The Sewol disaster added urgency to this task of strengthening the theoretical basis.

Model 9974 came into being for this purpose. The Sewol model 9929 could have provided data about heel angles in a turn, but a more representative model of passenger ships was needed for regulation revision. Model 9974 represents a more recent passenger ship design, 190m in length and 30m in width. With Model 9974, MARIN measured the heel angles in a turn by changing the conditions of stability, speed, and rudder angle, just as they had done in the Sewol tests. The model was designed to satisfy the current formula, but it was found occasionally to heel more than 20 degrees even under moderate navigation conditions. As in the case of Sewol, this could potentially lead to a big accident.
선조위의 의뢰를 받아 제작했던 9929번, 9930번 모형배와 달리, 마린은 9974번 모형배를 자체 연구개발 예산으로 만들었다. 모형배 하나를 만드는 데에는 보통 2500만원에서 5천만원 정도가 든다. 페라리는 마린이 매년 예산 일부를 선박 안전과 효율을 증진하기 위한 자체 연구에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마린이 세월호의 사례를 확장해서 여객선 안전 규정 문제를 다루는 것을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의제로 삼았음을 알 수 있다. 새 모형배를 가지고 마린은 무엇을 확인하려 했던 것일까.

2008년에 채택된 국제해사기구(IMO)의 여객선 비손상 복원성 규정은 몇 가지 배의 특성으로부터 선회 중 횡경사 각도를 계산하는 공식을 제시하고 있다. 이 공식으로 계산한 값이 10도를 넘지 않아야 한다. 모형시험에 사용된 복원성 범위에서 세월호는 이 공식에 의한 조건을 만족하지 못하는 상태였고, 따라서 사고 당시 세월호가 10도 이상 기울었다는 사실 자체는 놀랍지 않았다. 그러나 모형시험을 통해 잔잔한 바다에서 외부 충격 없이 항해하던 세월호가 화물이 움직일 정도인 18도 이상으로 크게 기운 것을 관찰한 마린 연구진은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횡경사의 최대값을 확실하게 제한하지 않으면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음을 또 한번 확인했기 때문이다. 특히 많은 국가들이 기상 상태가 좋을 경우 화물 고박 규정을 완화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위험한 화물 이동을 막기 위해서라도 선회 중 최대 횡경사 각도를 더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이번에 발표한 논문에서 마린 연구진은 현재 국제해사기구 규정에 들어 있는 공식이 실제 바다에서 배가 선회할 때의 최대 횡경사 각도를 제한하는 데에 실효가 없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공식에 배의 설계 수치나 속력이 들어가지만 실제 선회 중 배에 가해지는 동역학적 힘이 제대로 고려되지 않기 때문에, 공식을 만족한다고 해도 최대 횡경사가 안전한 범위에 있을지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미 마린은 오랜 모형시험과 해상 시운전 경험을 통해 현행 공식을 만족하도록 설계된 배인데도 실제로는 위험한 각도까지 기울어지는 사례를 많이 알고 있었다. 200건 이상의 여객선 모형시험과 시운전 데이터베이스에는 선회 중 최대 횡경사가 10도, 15도, 20도를 넘는 사례가 상당수 있었던 것이다.
이는 사실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오랫동안 인지하고 있던 문제다. 이 문제가 공식적으로 제기되어 2011년에서 2015년까지 국제해사기구의 위원회가 논의했지만, 당시에는 추가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을 뿐 규정 개정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국제해사기구에 규정 개정의 필요성을 충분히 설득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와 논리가 강화되어야 했다. 세월호 참사는 이와 같은 이론적 근거를 마련하는 일에 현실적 절박함을 더해주었다.

마린의 9974번 모형배는 바로 이런 배경에서 탄생했다. 9929번 세월호 모형도 여객선의 선회 중 횡경사에 대한 데이터를 줄 수 있겠지만, 규정 개정을 제안하려면 좀더 대표성 있는 여객선 모형이 필요했다. 요즘의 여객선 디자인을 대표할 수 있도록 만든 9974번 모형은 길이 190m, 너비 30m짜리 여객선을 가정하고 있다. 마린은 9974번 모형을 가지고 세월호 시험 때와 비슷하게 복원성, 속력, 타각 등을 바꿔가면서 배가 선회할 때 기우는 각도를 측정했다. 모형배는 현행 규정의 공식을 만족하도록 설계되었지만 때로는 평범한 운항 조건에서도 20도 넘게 기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세월호에서처럼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누구도 이의제기 않을 것”

무엇을 어떻게 바꾸어야 할까? 논문에서 마린 연구진은 현재 공식을 통해서는 실제 바다에서 배가 최대로 기우는 각도를 확인하기 어려우므로, 물리적으로 승객이 균형을 잃는 각도에 가까운 15도를 확실한 기준으로 삼고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새 공식을 채택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 제안의 핵심은 여객선이 절대 승객이 균형을 잃고 넘어지거나 화물이 움직이는 위험한 각도까지 기우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것이다. 마린은 평상시는 물론 예상치 못한 긴급 상황에서 여객선이 빠르게 선회하는 경우에도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는 횡경사를 막아야 한다고 믿는다. 논문의 저자들은 배를 설계할 때 사용할 새 공식을 제안하면서, 이와 함께 배를 새로 건조하거나 개조한 뒤 바다에서 실제 횡경사를 측정하도록 하는 규정을 추가하자고 촉구하고 있다.
선조위의 의뢰를 받아 제작했던 9929번, 9930번 모형배와 달리, 마린은 9974번 모형배를 자체 연구개발 예산으로 만들었다. 모형배 하나를 만드는 데에는 보통 2500만원에서 5천만원 정도가 든다. 페라리는 마린이 매년 예산 일부를 선박 안전과 효율을 증진하기 위한 자체 연구에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마린이 세월호의 사례를 확장해서 여객선 안전 규정 문제를 다루는 것을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의제로 삼았음을 알 수 있다. 새 모형배를 가지고 마린은 무엇을 확인하려 했던 것일까.

2008년에 채택된 국제해사기구(IMO)의 여객선 비손상 복원성 규정은 몇 가지 배의 특성으로부터 선회 중 횡경사 각도를 계산하는 공식을 제시하고 있다. 이 공식으로 계산한 값이 10도를 넘지 않아야 한다. 모형시험에 사용된 복원성 범위에서 세월호는 이 공식에 의한 조건을 만족하지 못하는 상태였고, 따라서 사고 당시 세월호가 10도 이상 기울었다는 사실 자체는 놀랍지 않았다. 그러나 모형시험을 통해 잔잔한 바다에서 외부 충격 없이 항해하던 세월호가 화물이 움직일 정도인 18도 이상으로 크게 기운 것을 관찰한 마린 연구진은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횡경사의 최대값을 확실하게 제한하지 않으면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음을 또 한번 확인했기 때문이다. 특히 많은 국가들이 기상 상태가 좋을 경우 화물 고박 규정을 완화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위험한 화물 이동을 막기 위해서라도 선회 중 최대 횡경사 각도를 더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이번에 발표한 논문에서 마린 연구진은 현재 국제해사기구 규정에 들어 있는 공식이 실제 바다에서 배가 선회할 때의 최대 횡경사 각도를 제한하는 데에 실효가 없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공식에 배의 설계 수치나 속력이 들어가지만 실제 선회 중 배에 가해지는 동역학적 힘이 제대로 고려되지 않기 때문에, 공식을 만족한다고 해도 최대 횡경사가 안전한 범위에 있을지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미 마린은 오랜 모형시험과 해상 시운전 경험을 통해 현행 공식을 만족하도록 설계된 배인데도 실제로는 위험한 각도까지 기울어지는 사례를 많이 알고 있었다. 200건 이상의 여객선 모형시험과 시운전 데이터베이스에는 선회 중 최대 횡경사가 10도, 15도, 20도를 넘는 사례가 상당수 있었던 것이다.
이는 사실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오랫동안 인지하고 있던 문제다. 이 문제가 공식적으로 제기되어 2011년에서 2015년까지 국제해사기구의 위원회가 논의했지만, 당시에는 추가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을 뿐 규정 개정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국제해사기구에 규정 개정의 필요성을 충분히 설득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와 논리가 강화되어야 했다. 세월호 참사는 이와 같은 이론적 근거를 마련하는 일에 현실적 절박함을 더해주었다.

마린의 9974번 모형배는 바로 이런 배경에서 탄생했다. 9929번 세월호 모형도 여객선의 선회 중 횡경사에 대한 데이터를 줄 수 있겠지만, 규정 개정을 제안하려면 좀더 대표성 있는 여객선 모형이 필요했다. 요즘의 여객선 디자인을 대표할 수 있도록 만든 9974번 모형은 길이 190m, 너비 30m짜리 여객선을 가정하고 있다. 마린은 9974번 모형을 가지고 세월호 시험 때와 비슷하게 복원성, 속력, 타각 등을 바꿔가면서 배가 선회할 때 기우는 각도를 측정했다. 모형배는 현행 규정의 공식을 만족하도록 설계되었지만 때로는 평범한 운항 조건에서도 20도 넘게 기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세월호에서처럼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누구도 이의제기 않을 것”

무엇을 어떻게 바꾸어야 할까? 논문에서 마린 연구진은 현재 공식을 통해서는 실제 바다에서 배가 최대로 기우는 각도를 확인하기 어려우므로, 물리적으로 승객이 균형을 잃는 각도에 가까운 15도를 확실한 기준으로 삼고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새 공식을 채택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 제안의 핵심은 여객선이 절대 승객이 균형을 잃고 넘어지거나 화물이 움직이는 위험한 각도까지 기우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것이다. 마린은 평상시는 물론 예상치 못한 긴급 상황에서 여객선이 빠르게 선회하는 경우에도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는 횡경사를 막아야 한다고 믿는다. 논문의 저자들은 배를 설계할 때 사용할 새 공식을 제안하면서, 이와 함께 배를 새로 건조하거나 개조한 뒤 바다에서 실제 횡경사를 측정하도록 하는 규정을 추가하자고 촉구하고 있다.
MARIN built Model 9974 to conduct research for the revision of IMO intact stability codes with its own research budget in 2018. (Provided by MARIN)
MARIN built Model 9974 to conduct research for the revision of IMO intact stability codes with its own research budget in 2018. (Provided by MARIN)
마린 해양연구소가 국제해사기구 여객선 비손상 복원성 규정 개정을 위한 연구에 사용한 9974번 모형. 2018년 여름 마린의 자체 연구개발 예산으로 제작했다. 마린 제공
마린 해양연구소가 국제해사기구 여객선 비손상 복원성 규정 개정을 위한 연구에 사용한 9974번 모형. 2018년 여름 마린의 자체 연구개발 예산으로 제작했다. 마린 제공
MARIN proposes revision of IMO regulations to specify maximum heel angle of 15 degrees

What needs to change, and how? In the paper, MARIN researchers propose that, because we cannot check the actual maximum heel angle with the current formula, the IMO should specify the maximum heel angle of 15 degrees, around which passengers physically lose their balance, and adopt a new formula to verify it. The key idea is that the ship shall not heel to an angle that will cause passengers to lose balance or cargo to shift. Not just under ordinary conditions but even in emergency situations when a ship turns abruptly, MARIN believes, we need to prevent passenger vessels from heeling to an angle that could lead to fatal consequences. The authors propose a new formula to be used in the design stage and urge the IMO to add to the rules that the actual maximum heel angle in a turn shall be measured during the sea trials after new construction or conversion.

Ferrari ended his presentation by strongly recommending that the IMO revise its current regulations, which could not be trusted any longer. The last slide of Ferrari’s presentation was once again filled with the photographs of the Sewol model 9929 heeling during a turn. Van den Boom, a co-author of the paper, added that the maximum heel angle of 15 degrees was also meant to be lower than the 18 degrees at which the cargo started to shift in Sewol. The research for the IMO rule revision started from Sewol and then was returning to Sewol.

During the Q&A session after the presentation, Trevor Blakeley, the executive director of the Royal Institution of Naval Architects, made the last comment: “I doubt anyone in the room today would disagree with your conclusion that change in regulation is needed.” But he then asked how MARIN would persuade IMO to accept this conclusion. Ferrari answered that MARIN had already been discussing it with the Dutch government representatives to the IMO and that they would officially submit the proposal for revision to the Maritime Safety Committee of the IMO. Blakeley said that RINA would clearly support it. RINA is participating in the IMO with an NGO status.

As Ferrari mentioned, MARIN has prepared a draft proposal to be submitted to the IMO officially. In a draft document titled “Proposal for a revision of a criterion of the 2008 Intact Stability Code for maximum angle of heel in turning,” it is stated that this research was motivated by the sinking of the Sewol as well as the model tests for investigating its causes. This is where a catastrophe in the Southwestern coast of the Korean peninsula is connected to the general problem of passenger safety of the ships sailing on international seas.

It may take some months for the proposal to be discussed among European countries first and even years to go through all the review process at the IMO. Changing one international safety regulation is such an elaborate task. But it is certainly feasible. After the sinking of the Herald of Free Enterprise that killed 193 people in 1987, the IMO adopted a rule that requires the installation of indicators for the doors to the spaces prone to flooding (such as cargo compartments) on the navigation bridge. The sinking of MS Estonia in 1994 that killed 852 people also led to the revision of passenger ship stability rules.

In order for the proposal by MARIN and the Dutch government to be adopted, there needs to be support from respected institutions such as RINA but also many IMO member countries. Ferrari hoped that the Korean government, given its experience with the Sewol disaster, would support the proposal for revision. “Together we can help prevent such tragedies from happening again,” said Ferrari. Through MARIN’s work, the Sewol became a symbol of the catastrophe that every sea-going nation should work together to prevent. “If we do not strive to make safer ships now, then all the accident and subsequent events would have been in vain,” Ferrari added. It’s time for the Korean government to respond.
페라리는 국제해사기구의 현재 규정을 충분히 신뢰할 수 없으므로 이를 개정해야 한다고 강하게 권고하는 것으로 논문 발표를 마무리했다. 페라리의 발표 슬라이드 마지막 장은 다시 9929번 세월호 모형이 선회하면서 옆으로 기운 사진들로 채워져 있었다. 논문의 공저자인 판덴봄은 마린이 제안한 새 공식에서 기준으로 삼는 횡경사 15도에는 세월호에서 최초 화물 이동이 발생한 18도보다 작은 각도라는 의미도 있다고 덧붙였다. 국제해사기구 규정 개정을 위한 연구가 세월호로 시작해서 세월호로 돌아가고 있었다.

발표가 끝나고 진행한 질의응답 시간에 영국 왕립조선학회의 사무총장 트레버 블레이클리가 마지막으로 발언했다. “오늘 이 방에 있는 어느 누구도 규정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당신의 결론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국제해사기구가 이 결론을 받아들이도록 어떻게 설득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페라리는 마린이 이미 국제해사기구에 참여하는 네덜란드 정부 대표단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네덜란드 정부를 통해 국제해사기구의 해양안전위원회에 개정안을 공식적으로 제출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블레이클리는 “왕립조선학회는 분명히 그것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왕립조선학회는 국제해사기구에 비정부기구 자격으로 참여하고 있다.

페라리가 대답한 대로 마린은 이번에 발표한 논문 외에도 국제해사기구에 공식적으로 제출할 개정안 초안을 마련해 놓았다. ‘2008년 비손상 복원성 규정의 선회 중 최대 횡경사 기준 개정을 위한 제안’이라는 제목의 초안 문서는 역시 이 연구가 세월호 침몰과 그 원인을 밝히기 위한 모형시험을 계기로 시작되었음을 명시하고 있다. 한반도 남서쪽 바다에서 발생한 비극적 사건이 전세계 바다를 다니는 여객선과 승객의 안전 문제로 연결되는 지점이다.

개정안이 먼저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 논의되는 데는 여러 달이, 또 국제해사기구의 모든 검토 단계를 통과하는 데는 여러 해가 걸릴 수도 있다. 국제 안전 규정 하나를 바꾸는 것은 그만큼 까다로운 일이다. 하지만 분명히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1987년 카페리선 헤럴드 오브 프리 엔터프라이즈호 침몰로 193명이 사망한 이후 국제해사기구는 화물칸 등 침수 우려가 있는 공간의 문이 열려 있는지 표시하는 장치를 선교(선장이 배를 지휘하는 공간)에 설치하는 규정 등을 채택했다. 1994년 852명의 목숨을 앗아간 에스토니아호 침몰 사고 이후에도 여객선 복원성 규정 등이 바뀌었다.

마린이 준비하고 네덜란드 정부가 제출할 개정안이 채택되려면 왕립조선학회 같은 공신력 있는 기관을 비롯하여 여러 회원국 정부의 지지가 필요하다. 페라리는 세월호 참사를 겪은 한국 정부도 이 개정안을 지지해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그런 비극이 다시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힘을 합칠 수 있다”는 것이다. 마린의 작업을 통해 세월호는 배를 운항하는 모든 국가가 함께 막아내야 할 참사의 상징이 되어가고 있다. 페라리는 이렇게 덧붙였다. “지금 우리가 더 안전한 배를 만들려고 애쓰지 않는다면, 이는 세월호의 침몰과 그 이후의 모든 일들을 헛되게 하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응답할 차례다.

“세월호 시련 다시 겪어선 안 돼”

마린은 왜 이렇게까지 하고 있을까. 그들은 왜 2년 전 한국의 선조위라는 고객의 요청으로 시작한 작업이 공식적으로 종료된 뒤에도 지금까지 세월호를 붙들고 있을까. 세월호는 그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조선공학자로 마린에서 40년 동안 근무한 판덴봄은 전문가의 임무와 책임에 대해 말했다. “마린의 우리들은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찾는 조사에 기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마린은 세월호에 대한 과학적 조사가 해양 안전은 물론 재난 이후에 필요한 정의의 실현에도 중요하다고 보았다. 90년 가까운 역사의 해양연구기관인 마린은 선박 관련 기업과 기관들의 의뢰를 받아 일할 때가 대부분이지만, 이와 함께 “더 안전하고, 더 지속가능하고, 더 나은 세계”를 만들기 위한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다. 세월호 모형시험 결과를 얻은 마린이 곧 복원성 기준 개정을 위한 추가 실험에 착수한 것도 그 때문이다. 판덴봄은 “이 일에 참여한 것은 나에게 임무인 동시에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페라리는 국제해사기구의 현재 규정을 충분히 신뢰할 수 없으므로 이를 개정해야 한다고 강하게 권고하는 것으로 논문 발표를 마무리했다. 페라리의 발표 슬라이드 마지막 장은 다시 9929번 세월호 모형이 선회하면서 옆으로 기운 사진들로 채워져 있었다. 논문의 공저자인 판덴봄은 마린이 제안한 새 공식에서 기준으로 삼는 횡경사 15도에는 세월호에서 최초 화물 이동이 발생한 18도보다 작은 각도라는 의미도 있다고 덧붙였다. 국제해사기구 규정 개정을 위한 연구가 세월호로 시작해서 세월호로 돌아가고 있었다.

발표가 끝나고 진행한 질의응답 시간에 영국 왕립조선학회의 사무총장 트레버 블레이클리가 마지막으로 발언했다. “오늘 이 방에 있는 어느 누구도 규정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당신의 결론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국제해사기구가 이 결론을 받아들이도록 어떻게 설득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페라리는 마린이 이미 국제해사기구에 참여하는 네덜란드 정부 대표단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네덜란드 정부를 통해 국제해사기구의 해양안전위원회에 개정안을 공식적으로 제출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블레이클리는 “왕립조선학회는 분명히 그것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왕립조선학회는 국제해사기구에 비정부기구 자격으로 참여하고 있다.

페라리가 대답한 대로 마린은 이번에 발표한 논문 외에도 국제해사기구에 공식적으로 제출할 개정안 초안을 마련해 놓았다. ‘2008년 비손상 복원성 규정의 선회 중 최대 횡경사 기준 개정을 위한 제안’이라는 제목의 초안 문서는 역시 이 연구가 세월호 침몰과 그 원인을 밝히기 위한 모형시험을 계기로 시작되었음을 명시하고 있다. 한반도 남서쪽 바다에서 발생한 비극적 사건이 전세계 바다를 다니는 여객선과 승객의 안전 문제로 연결되는 지점이다.

개정안이 먼저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 논의되는 데는 여러 달이, 또 국제해사기구의 모든 검토 단계를 통과하는 데는 여러 해가 걸릴 수도 있다. 국제 안전 규정 하나를 바꾸는 것은 그만큼 까다로운 일이다. 하지만 분명히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1987년 카페리선 헤럴드 오브 프리 엔터프라이즈호 침몰로 193명이 사망한 이후 국제해사기구는 화물칸 등 침수 우려가 있는 공간의 문이 열려 있는지 표시하는 장치를 선교(선장이 배를 지휘하는 공간)에 설치하는 규정 등을 채택했다. 1994년 852명의 목숨을 앗아간 에스토니아호 침몰 사고 이후에도 여객선 복원성 규정 등이 바뀌었다.

마린이 준비하고 네덜란드 정부가 제출할 개정안이 채택되려면 왕립조선학회 같은 공신력 있는 기관을 비롯하여 여러 회원국 정부의 지지가 필요하다. 페라리는 세월호 참사를 겪은 한국 정부도 이 개정안을 지지해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그런 비극이 다시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힘을 합칠 수 있다”는 것이다. 마린의 작업을 통해 세월호는 배를 운항하는 모든 국가가 함께 막아내야 할 참사의 상징이 되어가고 있다. 페라리는 이렇게 덧붙였다. “지금 우리가 더 안전한 배를 만들려고 애쓰지 않는다면, 이는 세월호의 침몰과 그 이후의 모든 일들을 헛되게 하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응답할 차례다.

“세월호 시련 다시 겪어선 안 돼”

마린은 왜 이렇게까지 하고 있을까. 그들은 왜 2년 전 한국의 선조위라는 고객의 요청으로 시작한 작업이 공식적으로 종료된 뒤에도 지금까지 세월호를 붙들고 있을까. 세월호는 그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조선공학자로 마린에서 40년 동안 근무한 판덴봄은 전문가의 임무와 책임에 대해 말했다. “마린의 우리들은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찾는 조사에 기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마린은 세월호에 대한 과학적 조사가 해양 안전은 물론 재난 이후에 필요한 정의의 실현에도 중요하다고 보았다. 90년 가까운 역사의 해양연구기관인 마린은 선박 관련 기업과 기관들의 의뢰를 받아 일할 때가 대부분이지만, 이와 함께 “더 안전하고, 더 지속가능하고, 더 나은 세계”를 만들기 위한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다. 세월호 모형시험 결과를 얻은 마린이 곧 복원성 기준 개정을 위한 추가 실험에 착수한 것도 그 때문이다. 판덴봄은 “이 일에 참여한 것은 나에게 임무인 동시에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Henk van den Boom presenting the paper “Sewol Ferry Capsizing and Flooding” at the international conference on passenger ship safety held in Greece on Mar. 4. (Provided by Royal Institution of Naval Architects/Hellenic Institute of Marine Technology)
Henk van den Boom presenting the paper “Sewol Ferry Capsizing and Flooding” at the international conference on passenger ship safety held in Greece on Mar. 4. (Provided by Royal Institution of Naval Architects/Hellenic Institute of Marine Technology)
2020년 3월4일 그리스에서 열린 여객선 안전 분야 국제학회에서 마린 연구소의 헹크 판덴봄 연구원이 ‘세월호의 전복과 침수’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영국 왕립조선학회/헬레닉해양기술연구소 제공
2020년 3월4일 그리스에서 열린 여객선 안전 분야 국제학회에서 마린 연구소의 헹크 판덴봄 연구원이 ‘세월호의 전복과 침수’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영국 왕립조선학회/헬레닉해양기술연구소 제공
MARIN hopes finding cause of Sewol’s sinking leads to new international regulations for safer passenger ships

Why is MARIN doing all this? Why are they still holding on to the Sewol, even after the project commissioned by the SIC, their client, officially ended in 2018? What does the Sewol mean to them?

Van den Boom, who has worked for 40 years at MARIN as a naval architect, spoke of the duty and responsibility of experts. “We at MARIN have done our best to contribute to the Sewol investigation in finding the causes of this disaster.” MARIN believed that the scientific investigation of Sewol would be important not only for maritime safety but also for pursuing justice in the aftermath of the disaster in Korea. With its almost 90 years of history, MARIN mostly works with marine-related corporations and institutions that commission various projects, but it also emphasizes the “social responsibility” for making “a safer, more sustainable and better world.” That is why MARIN started to work on additional model tests for stability code revision soon after it obtained results from Sewol model tests. “It is both a duty and an honor to contribute to this,” said Van den Boom.

Van den Boom expressed similar thoughts two years ago. At the end of January 2018, when the Sewol model tests were underway, he said in an interview with the Hankyoreh that “a thorough investigation of the causes of the Sewol disaster is needed not just for Korea but also for international passenger ship safety.” He also envisioned a possibility that “finding the cause of Sewol’s sinking would lead to new international regulations for making safer passenger ships,” just as earlier large-scale ship disasters had pushed the IMO to change its regulations. MARIN’s recent work on scientific publications as well as the IMO proposal shows that his remarks two years ago were not a casual comment made in passing, but rather a promise. As experts, or as professionals, Van den Boom and his colleagues are still trying to keep the promise.

“Learning from our mistakes” or “taking lessons from disasters” are almost a cliché. Such learning, however, rarely happens. We are now witnessing how some European experts, who happened to be involved in the Sewol two years ago, are working to implement the lessons of the disaster. I am glad that they did not stop at Model 9929 and 9930 but proceeded to Model 9974, and I am curious about the outcome. Ferrari spoke about the significance of their work on the Sewol: “We cannot change the past but we can learn from it to improve the future.”

During the Sewol model tests in 2018, the MARIN researchers, including Van den Boom and Ferrari, were wearing yellow ribbons, the symbol of Sewol. They still hope that their research and activity can offer some condolence to the Sewol families. In the email interview, they mentioned that Apr. 16 was soon approaching and sent a message of sympathy for the families. And some words of hope and promise as well: “We hope with this work to make a step towards safer ships, because no one should ever again go through the terrible ordeal that they suffered.”
판덴봄은 2년 전에도 비슷한 생각을 밝힌 적이 있다. 2018년 1월 말 세월호 모형시험 당시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그는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철저히 밝히는 것은 한국을 넘어 세계의 여객선 안전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과거 대형 선박 참사들 이후 국제해사기구가 관련 규정을 바꾸었듯이 “세월호 사고 원인이 명백해지면 더 안전한 여객선을 건조하기 위한 새로운 국제 규정이 생겨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논문 발표와 국제해사기구 규정 개정안 마련 등 마린의 최근 작업을 보면, 2년 전 그의 인터뷰는 지나가듯 흘린 말이 아니라 하나의 약속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판덴봄과 그의 동료들은 전문가로서, 프로로서 그 약속을 지키려 지금까지 애쓰고 있다.

“실패에서 배운다”, “참사에서 교훈을 얻는다”라는 말은 너무나 교과서적이고 진부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그런 배움이 실제로 일어나는 경우는, 안타깝게도, 매우 드물다. 우리는 어쩌다 세월호와 인연을 맺게 된 유럽의 전문가들이 세월호의 교훈을 실천하기 위해 2년 넘게 일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있다. 9929번과 9930번 모형에서 멈추지 않고 9974번 모형으로 나아간 마린의 행보가 반갑고, 앞으로의 결실이 궁금하다. 세월호 연구의 의미에 대해 페라리는 이렇게 답했다. “우리는 과거를 바꿀 수는 없지만, 과거에서 배움을 얻어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

이번에 논문을 발표한 판덴봄과 페라리를 포함해서 마린 연구진은 2018년 세월호 모형시험 기간 내내 세월호를 상징하는 노란 리본을 달고 있었다. 그들은 지금도 마린의 연구와 활동이 세월호 가족들에게 하나의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이메일 인터뷰에서 그들은 4월16일이 다가오고 있음을 상기하며 가족들에게 다시 한번 애도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리고 희망과 다짐의 말도 잊지 않았다. “우리는 이 연구를 통해 더 안전한 선박을 향한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기를 바란다. 그 누구도 세월호 가족들이 겪은 가혹한 시련을 다시 겪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판덴봄은 2년 전에도 비슷한 생각을 밝힌 적이 있다. 2018년 1월 말 세월호 모형시험 당시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그는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철저히 밝히는 것은 한국을 넘어 세계의 여객선 안전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과거 대형 선박 참사들 이후 국제해사기구가 관련 규정을 바꾸었듯이 “세월호 사고 원인이 명백해지면 더 안전한 여객선을 건조하기 위한 새로운 국제 규정이 생겨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논문 발표와 국제해사기구 규정 개정안 마련 등 마린의 최근 작업을 보면, 2년 전 그의 인터뷰는 지나가듯 흘린 말이 아니라 하나의 약속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판덴봄과 그의 동료들은 전문가로서, 프로로서 그 약속을 지키려 지금까지 애쓰고 있다.

“실패에서 배운다”, “참사에서 교훈을 얻는다”라는 말은 너무나 교과서적이고 진부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그런 배움이 실제로 일어나는 경우는, 안타깝게도, 매우 드물다. 우리는 어쩌다 세월호와 인연을 맺게 된 유럽의 전문가들이 세월호의 교훈을 실천하기 위해 2년 넘게 일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있다. 9929번과 9930번 모형에서 멈추지 않고 9974번 모형으로 나아간 마린의 행보가 반갑고, 앞으로의 결실이 궁금하다. 세월호 연구의 의미에 대해 페라리는 이렇게 답했다. “우리는 과거를 바꿀 수는 없지만, 과거에서 배움을 얻어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

이번에 논문을 발표한 판덴봄과 페라리를 포함해서 마린 연구진은 2018년 세월호 모형시험 기간 내내 세월호를 상징하는 노란 리본을 달고 있었다. 그들은 지금도 마린의 연구와 활동이 세월호 가족들에게 하나의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이메일 인터뷰에서 그들은 4월16일이 다가오고 있음을 상기하며 가족들에게 다시 한번 애도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리고 희망과 다짐의 말도 잊지 않았다. “우리는 이 연구를 통해 더 안전한 선박을 향한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기를 바란다. 그 누구도 세월호 가족들이 겪은 가혹한 시련을 다시 겪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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